시작은 누구보다 잘합니다.냉장고부터 싹 비우고,계획도 꼼꼼히 세웁니다.그런데 왜 어느순간부터 초심이 흔들릴까요.
저도 이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살았습니다.결국 찾은 답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원래 시작은 잘하지만 끝맺음이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저는 다이어트 말고는 거의 모든것이 흐지부지 마무리해온 사람입니다.뭔가를 시작할때는 남들보다 훨씬 공을 들입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정성을 쏟습니다.그런데 끝이 없습니다.유일하게 끝맺음이 되는게 다이어트였는데,그게 가능했던 건 목표가 눈앞에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겨울이었습니다.저는 귤을 정말 좋아하는데,한해는 귤만 먹다가 한달만에 체중이 7kg 가까이 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간이 안좋아 보인다거나 황달이 있어 보인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귤이나 당근 같은 식품에 들어 있는 색소성분으로,과도하게 섭취하면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현상의 영향이었습니다.
봄이 되면 또 어떻게든 빼왔지만,그다음 겨울엔 전에 반만 먹겠다고 방법 자체를 바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뭔가를 시작하기전에 왜 해야 하는지,어떻게 할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그리고 방법을 쓴뒤엔 반드시 기록을 남겼습니다.
장점과 단점을 적어두고,다음번엔 그걸 참고해서 추가하거나 빼는식으로 조정했습니다.무작정 시작하던 예전과 달라진게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하기전에 바궈야 했던 한가지
많은분들이 식이조절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게 뭔가요?아마 '얼마나 줄여 먹을까'일겁니다.
식이조절이란 단순히 양을줄이는것이 아니라,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과잉섭취를 조정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저도 한동안 이 개념을 잘못 이해했습니다.무조건 줄이면 된다고 생각했던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달랐습니다.낮에 버티면 밤에 반드시 변화가 생깁니다.특히 피로가 쌓인날 저녁엔 빵이나 과자처럼 빨리 들어가는 음식으로 손이 먼저 갔습니다.
이걸 반복성 과식패턴이라고 합니다.억제와과식이 번갈아 나타나는 악순환으로,의지보다 생리적반응이 앞서는 상태입니다.
저는 여기서 생각을 바꿨습니다.덜먹는 대신,나중에 지치지 않을 식사를 만들자고요.
구체적으로는 한끼를 먹더라도 포만감 지속시간이 긴 조합으로 먹었습니다.
단백질 — 근육의 재료가 될뿐 아니라 소화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영양소입니다 — 을 중심으로 채소와 함께 먹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아침을 크게 챙기진 않았지만 요거트나 두유처럼 가벼운 두부처럼 속이 부담 없는것을 넣어두니 오후에 흔들리는 빈도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제가 전보다 덜 참았는데 오히려 결과가 나아진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귤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아예 끊으면 나중에 더 폭발한다는걸 알았기 때문에,먹는 시간대와 양만 정했습니다.
저녁 늦은시간과새벽은 피하고,하루에 일정 개수 이내로 제한했습니다.그러자 피부색도 돌아오고,위도 편해지고,체중 걱정도 훨씬 줄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게 무조건 참는 방법보다 훨씬 오래 갔습니다.
꾸준함을 만든 기록과 환경설정
꾸준히 하는 사람은 특별히 의지가 강한 걸까요?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제가 직접 해보니 꾸준함은 계획적인 설계에서 나왔습니다. 환경설계란 올바른 선택을 하기쉽게,나쁜선택을 하기 어렵게 주변을 세팅하는것을 말합니다.행동경제학에서도 이 개념을 '넛지'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강요가 아닌 환경자체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저녁식사후 바로 소파에 앉는 습관부터 건드렸습니다.식사후에 10분이라도 집주변을 걷고 들어오면,먹는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눈에 잘띄는 자리에 군것질거리 대신 물병과소분해둔 견과류를 뒀습니다.별거 아닌것 같아도 이 순서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사람은 매번 의식적으로 좋은선택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눈앞에 놓인 쉬운것을 고르는 존재거든요.
그리고 저는 기록을 시작했습니다.결과 수치만 좇던 방식에서 벗어나,오늘 어떤행동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꿨습니다.
제가 실제로 체크한 항목들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아침 공복에 물을 마셨는가
- 한끼이상 단백질과 채소를 함께 먹었는가
- 저녁식사후 10분 이상 걸었는가
- 잠들기 2시간전에는 음식을 멈췄는가
- 이번방법의 장단점을 한줄이라도 기록했는가
이 체크리스트는 그날 눈으로 바로 확인할수 있다는게 핵심이었습니다.자기효능감 — 내가 어떤 행동을 해낼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뜻합니다 —은 거창한 성과보다 작은 성공의 누적에서 쌓입니다.
해냈다는 감각이 쌓이니 다음날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실망이 쌓이면 포기로 기울고,성취감이 쌓이면 계속하게 된다는걸 몸소 느꼈습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서도 행동 목표 설정이 결과중심목표보다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저도 그게 맞다는 걸 이번 겨울을 버텨보며 확인했습니다.
결국 이번겨울은 예전겨울과 달랐습니다.귤도 먹었고,참기만 하지도 않았습니다.그래도 피부색이 노래지지 않았고, 한달 만에 무너지지도 않았습니다.
봄이오면 또 좋은일들이 생길것 같고,무엇보다 이번 여름이 진짜 기대됩니다.꾸준히하는 사람이 달라지는 이유는 독하게 버텨서가 아니라, 포기할 이유를 조금씩 없애왔기 때문이라는걸 이제는 압니다.
이 글이 비슷한 패턴으로 흔들려왔던 분들께 작은 힌트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