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식사 후 바로 눕고 싶던 날, 제 하루 리듬을 다시 봣습니다

찐아데이 2026. 4. 27. 21:14

점심을 먹고 나면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눈이 감기는 수준이 아니라 몸전체가 그냥 수평이 되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느낌.

소파쪽으로 시선이 가면 이미 반쯤 간거였고,억지로 책상앞에 앉아있어도 목이 스스로 꺾였습니다.모니터 화면속 글자들이 눈앞을 지나가는데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밥 먹고 나면 다 그렇지 뭐" 하고 금방 넘어갔습니다.저도 처음엔 그냥 원래 그런건가보다 했어요.

그러다 어느날 소파에 드러누워서 천장을 멍하니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이게 진짜 정상인가.

매일 이래도 되는건가.피곤해서 졸린 거랑은 결이 달랐습니다. 잠을 못 자서 힘든날은 따로 있었는데, 식후에 오는 이 감각은 그것과 달랐어요.

밥먹기 직전까지는 멀쩡했으니까요. 식사가 끝나고 나서만 사람이 꺼지는 그 패턴이, 너무 정직하게 매일 반복됐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규칙적이었어요. 그때부터 제 하루를 조금 다르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타이밍, 낮에 움직이는 양, 잠드는 시간. 리듬이라고 부를 수 있는게 있긴 한건지 생각해봤더니, 없었습니다.

그냥 매일매일 흘러가는대로 살고 있었던거였어요. 버티는거지, 사는게 아니었습니다.

 

졸리면 자면 되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졸리면 그냥 자면 되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몸이 원하는거 하면 되는거 아닌가 하고요. 근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도 더 피곤했어요. 한 시간 낮잠을 자면 머리가 더 무겁고, 몸은 더 찌뿌둥하고, 그 상태로 저녁까지 질질 끌려가는날이 반복됐습니다.

잔 건지 마는 건지 모를 그 애매한 상태, 경험해보신분은 알 거예요. 찾아보니 낮잠에도 적정 시간이 있었습니다.

15분에서 20분안으로 자면 뇌가 얕은 수면 단계에서 깨어나서 오히려 개운하고, 30분이 넘어가면 깊은 잠 단계로 들어가버려서 일어날때 더 무거워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걸 모르고 그냥 졸리면 한시간씩 뻗어버렸으니, 매번 일어날때마다 더 망가진 상태로 오후를 시작하고 있었던겁니다.

그때부터 알람을 맞추고 자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5분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요. 겨우 눈 붙이다 일어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일어났을 때 느낌이 달랐습니다.

멍하지 않고, 진짜 잠깐 리셋하고 온것 같은느낌.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밥 먹고 나서 움직이는 것도 바꿨습니다.

운동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거창한것도 아니었고,  밥 먹고 바로 의자에 앉지 않고 10분에서 15분정 도 집 안을 천천히 왔다 갔다 했습니다.

설거지를 서서 하거나, 창문앞에서 멍하니 서 있거나. 그게 다였어요. 근데 그것만으로도 오후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밥먹고 바로 책상에 앉았을때랑 비교가 됐습니다. 움직이고 나서 앉으면 집중이 조금 더 됐어요.

 

 

대단한 걸 바꾼 게 아닙니다, 진짜로 저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합니다.

 

근데 그만큼 작심삼일도 정말 잘합니다. 뭔가 바꾸겠다고 마음먹으면 꼭 사흘안에 무너졌고, 무너지면 자책하고, 자책하면 더 하기 싫어지는 그 루틴을 몇십번은 반복했어요.

거창하게 잡으면 반드시 무너진다는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이번엔 처음부터 작게 잡았습니다. 무너질틈이 없을만큼. 바꾼건 딱 세가지였습니다.

밥먹고 15분은 일단 서 있거나 걷기. 낮잠 자고 싶으면 알람 맞추고 15분만 자기. 아침 기상 시간만큼은 주말이든 평일이든 흐트러지지 않게 지키기.

그게 전부였어요. 특별한 식단도 없고, 목표 숫자도 없고, 의지력을 쥐어짜는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하루 흐름을 조금 다르게 배치한 것뿐이에요.

그랬더니 몸이 반응을 했습니다. 오후에 커피를 두잔씩 마셔야 겨우 버티던게, 한 잔으로도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그 무기력감이 조금씩 옅어졌고, 잠드는 시간도 안정이 됐습니다. 뭔가 크게해서 달라진게 아니라, 그냥 리듬이 생기니까 몸이 따라온거였어요.

솔직히 좀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단순거였으면 진작에 할걸,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단순한게 제일 오래 갑니다. 복잡하게 세운 계획일수록 금방 무너졌고, 별거 아닌것 같은 이 세가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걸 보면, 크게 잡지 않은게 오히려 잘한 일이었던것 같습니다.

몸이 눕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던 그날,저는 처음으로 제하루를 진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리듬이 없었던거였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던거예요. 그걸 알고 나서 아주 작은 것 세가지만 바꿨는데, 하루가 달라졌습니다. 뭔가 속은것 같은 기분도 솔직히 들었어요.

이렇게 단순한게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기도 합니다.아직도 가끔은 식사 후 바로 눕고  싶은 날이 있지만,이제는 예전처럼 그냥 눕기 전에 제 하루를 한 번 더 돌아봅니다.그것만으로도 제 몸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소개글 개인정보처리방침 | 문의하기 | 이용약관 및 면책조항